고혈압에 대한 오해와 진실 !!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30~35%가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가장 흔한 생활 습관병 중 하나입니다. 최근 언론이나 보건기관 등의 홍보 등을 통하여 적절한 혈압 관리가 심근 경색이나 뇌졸중 등의 혈관 질환 예방에 중요하다는 것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진료실에 방문하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직도 의외로 많은 분들이 잘못 알려진 의학 상식으로 인하여 불필요한 걱정을 하시거나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 제가 고혈압 진료 시 자주 질문 받는 내용을 열거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혈압이 높으면 뒷목이 아프고 쓰러진다고 하는데 요사이 뒷목이 뻐근하고 어깨가 잘 뭉칩니다. 이러다가 고혈압으로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요?”
“나는 지금껏 아무런 불편 증상을 못 느끼고 살았는데 고혈압이 이렇게 갑자기 생길 수 있나요?”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가 충격을 받은 주인공의 아버지가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장면이 나온 후 고혈압으로 쓰러졌다는 설정입니다. 이 때문인지 유독 뒷목이 뻐근하신 경우 혈압이 괜찮은지 확인하러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비슷하게 코피가 나는 경우, 눈의 흰자위에 출혈이 생긴 경우에도 고혈압에 대하여 걱정하시고 방문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증상과는 무관하게 혈압을 확인하는 그 자체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행위이므로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사실 대부분은 혈압과의 연관성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여 고혈압은 의사들이 고혈압성 위기(hypertensive crisis)라고 부르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증상이 없습니다. 고혈압성 위기는 혈압이 지속적으로 180/120mmHg 이상 측정되고 이로 인하여 의식저하, 호흡곤란, 흉통, 뇌출혈, 발작 등이 일어나는 상태를 말하는데 실제로는 매우 드물게 관찰됩니다. 만약 위에 열거한 뒷목 통증, 코피, 결막 출혈 등의 증상이 생기셨다면 혈압을 재보시되 180/120mmHg 이하라면 혈압 자체 때문에 응급실로 다급하게 오시지는 않아도 좋습니다. 혹시 혈압이 180/120mmHg 이상 측정이 되신다면 신체적인 통증, 심리적인 불쾌감이나 긴장으로 일시적으로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경우가 있으니 일단 5분 정도 앉아서 명상하듯이 안정을 취하신 후 다시 혈압을 재시고 지속적으로 높게 나오는 경우 병원에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이와는 반대로 증상이 없는데 고혈압이 생길 수 있냐고 물으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어 혈압을 재보지 않으면 고혈압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상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생기는 경우에는 대부분 고혈압을 방치하여 뇌출혈, 뇌경색, 협심증, 심근경색이나 대동맥 박리증 등 중대한 혈관 질환이 생기고 이로 인하여 증상이 생긴 경우입니다. 그래서 증상이 생기기 전에 정기적으로 혈압을 재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요즘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전국민 건강 검진을 시행하고 있으니 예정된 검진은 되도록 미루지 않고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고혈압의 조기 발견에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얼마나 혈압이 높으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하나요?”
최근 미국심장학회에서 새로운 고혈압의 치료 목표를 발표하여 약간의 혼선이 있을 수 있으나 일단은 140/90mmHg 이상 혈압이 측정된 경우 반드시 병원에 방문하여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혈압을 측정하면 수축기 혈압 (큰 숫자)과 이완기 혈압 (작은 숫자)이 측정됩니다. 둘 중 하나라도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 가까운 의원에 방문하여 혈압을 정확히 측정하고 약제 투약 여부를 의논하시도록 하십시오.
“작년까지 건강 검진에서도 110/70 mmHg 정도로 정상 혈압이라고 했고 얼마 전에 직장 보건실에 잰 혈압도 정상이라고 했는데 은행에서 한번 혈압을 쟀는데 혈압이 150/70mmHg입니다. 내가 고혈압인가요?”
고혈압을 진단하는 것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혈압은 측정하는 시간, 장소, 자세, 식사 여부, 수면 상태, 전날의 음주, 심리적 긴장도, 혈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제의 투약 여부 등 여러가지 요소에 의하여 그 측정값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의료기관에 방문하시면 일반적으로 단 1회의 측정으로만 고혈압을 진단하지 않으며 서로 다른 날짜에 최소 2회 이상 측정한 혈압을 바탕으로 고혈압을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또한 고혈압의 진단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이라는 검사를 통하여 고혈압을 진단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혈압약을 한번 시작하면 중독이 되어 평생 먹어야 한다는데 되도록 늦게 먹을수록 좋은거 아닌가요?”
혈압약에 중독이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고혈압은 유전적인 요인 뿐아니라 운동 부족, 과식, 체중 증가, 과도한 염분 섭취, 음주, 흡연 등 좋지 않은 생활 습관에 의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의 경우 장기간에 걸친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하여 투약없이 다시 정상 혈압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것이 장기간에 걸친 생활 습관 교정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미 고혈압이 발생한 경우 일반적으로 십 수년 이상의 좋지 않은 생활 습관이 누적되어 발생한 것으로 다시 건강한 신체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짧아도 수년 이상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생활습관 교정을 통하여 혈압 조절을 시도하는 기간 동안 높은 혈압을 방치하는 것보다 혈압이 높은 동안에는 약을 복용하면서 생활 습관 교정을 같이 시도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혈압약을 시작한 후 중단하지 못하는 것은 약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혈압을 유발한 좋지 않은 생활 습관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임을 명심하십시오. 다만, 혈압약을 중단하는 것은 혈압 뿐 아니라 개개의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요인 및 혈관 상태에 따라 신중히 결정해야 하고, 중단한 이후에도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적절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여 결정하셔야 합니다.
“혈압약을 먹으면 콩팥이 나빠진다고 하는데 약을 안 먹어야 좋은 것이 아닌가요?”
고혈압 약제 뿐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의약품이 약제를 과용하거나 오용하는 경우 콩팥기능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적절한 고혈압 약제를 통한 혈압 조절은 콩팥의 기능을 보존하여 단백뇨를 줄이고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하는 위험도를 낮춥니다. 실제로는 높은 혈압을 방치하여 콩팥이 나빠지신 분들이 이에 따른 증상이 발생하여 병원에 오시고 혈압약을 드시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들이 여러분께 처방하는 고혈압 약제는 장기간의 임상 실험을 거쳐 그 효과와 복약 안정성이 입증된 약제입니다. 따라서 안심하고 드셔도 좋습니다. 다만 환자에 따라 소화불량, 두통, 두드러기, 전신 부종, 기침,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통하여 정확한 용량을 복용하시고 정기적으로 약제의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뭘 먹어야 고혈압이 좋아지나요?”
사실 고혈압은 무언가를 드시지 않아서 생긴 병이라기보다는 무언가를 너무 많이 드셨기 때문에 생기는 병에 가깝습니다. 고혈압을 새로 진단 받으신 경우 일단 자신의 체중이 최근 늘어나는 추세인지 혹은 줄어드는 추세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체중이 늘어나고 있다면 일단 섭취하는 칼로리부터 줄여야 합니다. 고혈압을 좋아지게 하기 위해서 고가의 건강 식품이나 효소, 영양제를 드시는 것을 생각하지 마세요. 일단 과식과 야식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분들은 효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되는 습관은 “싱겁게 먹기”, “과식하지 않기”, “많이 걷고 많이 움직이기”, “정기적으로 운동하기”입니다.
<작성자 : 명지병원 심장내과 서용성>
- 출처- 국민건강보험 건강in 전문가칼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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