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로 만든 궁중여름만두
미만두
유두에 먹는 ‘여름만두’
미만두는 초여름 유두(流頭)에 먹는 음식이다. 유두는 우리가 즐기는 4대 명절인 설날, 단오, 한식, 한가위 이외에 명절로 지내는 정월대보름, 초파일, 백중, 동지와 같이 전통적으로 기념되어 왔다. 음력 6월 15일 ‘유두날’은 유두국수를 먹고,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유두천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유두’는 ‘동류두목욕’의 준말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신라 때부터 있었던 풍류이며, 동쪽(즉, 동방의 가장 원기가 왕성한 곳)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뜻이다. 유두는 더위가 시작되는 찰나 평소 미워하던 사람과도 함께 머리를 감으면서 화해를 하는 날이다. 즉, 불편했던 이웃과 갈등을 풀고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명절이다.
더울 때 먹는 ‘미만두’는 해삼 모양으로 빚어 찌거나 냉국에 띄워 먹는다. 미만두는 대개 다은 만두에 들어가는 재료와 달리 오이를 쓴다. 더운 계절에 보양식으로 먹는 음식들이 고단백, 고열량인 것과 달리 오이는 시원하고 열량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오이는 호박, 가지, 멜론등과 함께 수분은 많고 열량은 적다. 특히 찬 성질을 가지고 있는 오이는 칼륨의 함량이 높은데, 칼륨을 많이 섭취하면 체내의 나트륨염(소금)을 많이 배설해 체내의 노폐물이 빠지게 되고, 몸을 맑게 한다.
조선시대 마지막 주방상궁의 기록
미만두는 조선 시대 마지막 주방상궁인 한희순 상궁의 증언을 전수자인 인간문화재 황혜성선생이 정리한 ‘이조궁정요리통고(1957)’에 소개되어 있다. 이후 황혜성 선생이 재현한 궁중음식 사진과 함께 출판된 ‘조선왕조궁중음식(2003)’에서 다시 보여진다.
미만두의 ‘미’는 해삼의 옛말로, 빚은 모양이 마치 해삼 등에 뾰족뾰족 나온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해삼만두’라고도 한다. 아삭아삭 씹히는 오이가 소의 재료여서 ‘오이만두’라고도 부른다. 궁에서는 ‘규아상’이라고 불렀는데, ‘이조궁정요리통고’ 역시 규아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조궁정요리통고는 궁중요리를 시작으로 구이, 산적, 찜, 탕, 돈육 및 노루고기, 닭 및 생치(꿩요리), 어패류 요리 등에 대한 자세한 레시피가 나와 있다. 이전에 나온 요리책이 구전으로 전해지는 조리법을 그대로 받아 적은 듯한 어투인데 반해 현대 조리법에 가까운 설명과 구성이 특징이다.
한희순 상궁은 순종의 계비 윤씨가 가장 아꼈을 정도로 궁중음식에 조예가 깊었다. 또한, 조선 시대 마지막 주방상궁으로서 한국 음식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궁중음식을 현대적으로 되살려 계승 발전시키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1971년 조선왕조 궁중음식이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호 지정되면서 제1대 기능보유자로 인정받았고, 그의 뒤를 이어 문화재 전문위원인 황혜성 선생이 제2대 기능보유자가 되었다.
시원함에 품위까지 더하다
더운 여름에는 만두를 뜨거운 만둣국으로 먹기보다는 쪄서 초장에 찍어 먹거나 차가운 냉수나 육수에 띄워 먹는다. 또 여름만두는 더위에 금방 상하기 때문에 보통의 만두에 넣는 두부와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소고기를 넣고 시원한 재료를 넣는데, 각각의 재료에 간을 한 다음 볶아서 소로 쓰기 때문에 쉽게 상하지 않는다.
특히 미만두는 오이의 껍질부분만을 벗겨 소금에 절였다가 꼭 짜서 볶으므로 늘 먹는 고기소가 많이 들어간 만두와는 전혀 다르게 오이의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시원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조궁정요리통고에 따르면 규아상에는 꼭 담쟁이 잎을 깔도록 했는데, 이는 붙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시원함과 투명함이라는 두 가지 맵시를 가진 미만두는 비단저고리의 유혹을 모시 저고리의 우아함으로 보완하면서 내면의 자긍심으로 당대 최고의 양반들을 굴복시킨 전설적인 황진이를 닮아 있다. 얇은 피 안에 살짝 속이 비쳐나는 연초록색의 시원함과 부드러운 만두피를 뚫고 아삭 씹히는 오이의 격조를 만나는 순간 우리의 식욕을 앗아가려던 더위 또한 부드럽게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다.
미만두 Recipe
만두피 물3컵(600cc), 찬물:150cc, 식용유:1/2큰술, 소금:1/2큰술
*시중에 나와 있는 것을 사서 사용해도 좋다.
만두소 다진쇠고기 1컵, 오이 1개, 표고 중간크기 2개, 잣 조금, 후추, 식용유
①다진 쇠고기에 간장, 다진 파, 설탕 1/2작은술, 참기름, 다진 마늘 각각 1작은술, 후춧가루를 조금 넣어 팬에 볶아 식힌다.
②표고는 미지근한 물에 불려 기둥을 떼고 채 썰어 간장 1/2작은술, 설탕, 참기름, 후춧가루로 양념하여 팬에 볶아 식힌다.
③오이는 씻어 2~3cm길이로 잘라 돌려 깎기 해 곱게 채 썰어 소금에 절인 뒤 꼭 짠다.
④팬에 오이를 넣고 볶다가 다진 파와 마늘,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볶아 식힌다.
⑤쇠고기, 표고채, 오이채를 한데 넣은 뒤 고루 섞는다.
⑥잣은 고깔을 떼고 반으로 갈라 비늘 잣을 만든다.(잣은 없으면 넣지 않아도 된다.)
만두 빚기, 찌기
①얇게 민 만두피에 동그랗게 속을 떠 얹고 비늘 잣 1~2개를 넣은 뒤 반으로 접어 두 손으로 맞주름을 잡는다.
②김이 충분히 오른 찜통에 젖은 면 보자기를 깔고 만두를 올려 10~15분 찐다.
③따끈할 때 꺼내어 담쟁이 잎이 있으면 접시에 깔고 만두를 얹어낸다.
④초간장(간장1큰술, 식초 1/2큰술, 설탕 1/3큰술)을 곁즐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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