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쇠(老衰)란?
생로병사(生老病死)란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 늙는다. 때로는 병이 들어 고생도 하게 되는데, 병들었다고 모두 죽는 것은 아니다. 아마 살면서 질병을 앓지 않아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질병을 앓더라도 완쾌되어 다시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리 큰 문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질병으로부터 회복되지 않아 건강이 점차 나빠져 기력이 쇠해지고 혼자서 생활하기가 어려워지면 큰일이다.
이렇게 질병과 같은 외부요인에 의해 나빠진 건강이 잘 회복되지 않고 더 악화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높은 상태를 노쇠(frailty)라 한다. 아이들은 뛰놀다가 넘어져도 곧바로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선다. 그러나 노쇠해진 상태에서 낙상하게 되면 큰일이다. 쉽게 골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노쇠는 한마디로 작은 자극에도 깨지기 쉬운 연약한 상태로 볼 수 있다. 어떤 허약한 노인이 의자에서 혼자 일어나다 바닥에 주저앉았는데, 그만 대퇴골 골절이 생겨 바로 병원 입원한 경우도 있다. 수술도 못할 정도로 기초체력이 나빠 오래 누워만 있다 보니 폐렴과 욕창도 생겼다.
■ 노쇠는 어떻게 진단하는가?
노쇠는 다음 다섯 가지 문항으로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
① 지난 한 달 동안 피곤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항상 또는 거의 대부분),
② 도움이 없이 혼자서 쉬지 않고 10개 계단을 오르는 데 힘이 든다,
③ 도움이 없이 300 미터(운동장 한바퀴 정도)를 걷는 데 힘이 든다,
④ 의사에게 다음 질병 중 5개 이상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고혈압, 당뇨병, 암, 만성폐질환, 심근경색, 심부전, 협심증, 천식, 관절염, 뇌졸중, 신장질환),
⑤ 1년 전에 비해 체중이 5% 이상 감소했다 중 세 개 이상에 해당하면 ‘노쇠’, 하나에서 두 개에 해당하면 노쇠의 전 단계인 ‘전노쇠’로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런 상태가 의심되면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 노년기에는 모두 노쇠해지는가?
늙는다고 모두 노쇠하지는 않다. 전국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8.3%만이 노쇠하다. 그러나 고령일수록 노쇠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져 85세 이상에선 다섯 중 한 명이 노쇠하다. 전노쇠는 이보다 높아 65세 이상에서 49.3%, 85세 이상은 62.4%의 비율을 보인다.
■ 노쇠는 왜 위험한가?
노쇠를 놔두면 나빠지기 일쑤이다. 노쇠한 노인은 낙상과 골절, 치매의 발병 위험이 크다. 정상 노인에 비해 장애 발생률은 세 배 높다.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사망할 위험도 매우 높으며, 요양시설에 입소할 위험은 6배에 이른다. 병원에 입원 중인 노인이 노쇠해지면 예후도 좋지 않은데, 위암 수술이나 심장수술의 경우 보통노인에 비해 노쇠노인의 사망률은 3-4배 높다.
의료비 지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 정상노인에 비해 노쇠노인은 2.5배 더 많은 외래 비용을 사용한다. 노인에게 노쇠가 발생하면 입원비는 200%, 가족부양비는 50% 이상 증가하게 된다.
■ 노쇠는 예방 가능한가?
전문가들은 노화(老化)는 피할 수 없겠지만 노쇠 예방은 가능하다고 본다. 노쇠 발생 자체를 막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발생 시점을 늦출 수 있다고 본다. 노쇠를 유발하는 위험요인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건강행위가 중요한 요소로 보이는데, 특히 신체활동과 운동 부족, 과음, 흡연, 비만, 저체중이 노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또한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신장질환 등 각각의 만성질환은 물론 여러 질환을 많이 동반할수록 노쇠 발생률이 높아진다. 우울증과 인지기능 저하도 노쇠의 위험신호다. 따라서 노쇠 예방에는 건강생활습관 유지와 만성질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 노쇠는 치료가 될까?
현재 알려진 가장 효과적인 노쇠관리방법은 운동과 식이요법이다. 저항성 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필수이다. 저항성 운동은 자신에 맞는 무게(아령, 물통) 들기와 같은 상체운동과 앉았다 일어서기(스쿼트)와 같은 하체운동을 일주일에 2-3회 하면 근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단백질은 체중 1kg당 1.2-1.5g을 매일 섭취해야 좋은데, 체중이 50kg이라면 60g 이상의 단백질이 함유된 살코기, 생선, 계란, 콩과 같은 식품을 매일 섭취하도록 한다. 채소와 과일도 규칙적으로 섭취하면 좋다. 운동과 영양 관리는 병행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다.
최근 임상시험에서는 근력운동과 류신 등의 필수아미노산 섭취의 병행, 또는 운동, 고단백식이, 인지훈련 등의 복합 처방에 의한 노쇠상태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한편 노쇠의 다섯 가지 주요 증상과 징후에 따른 맞춤식 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피로감이 심한 경우 심리상담을, 체중감소가 있는 경우에는 영양상담과 식단관리를 하는 식이다.
노쇠에 잘 듣는 약은 있는가? 아쉽게도 아직 개발된 노쇠 치료제는 없다. 하지만 근육량 감소와 근력 약화가 특징인 근감소증이 노쇠를 유발하는 주요 질병으로 밝혀지면서 최근 임상연구가 활발하여 신약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약이 개발되어도 노쇠의 모든 증상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예상되므로 노쇠 위험요인의 조기발견을 통한 건강관리와 운동, 영양을 포함한 복합요법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작성자 : 아주대학교 의학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이윤환>
- 출처- 국민건강보험 건강in 전문가 칼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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